시리즈로 돌아가기
23화: @Com_ArcticFOX

「As of some one gently rapping,

rapping at my chamber door.」


문명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잠자리에서 묘표를 마주치지 않도록, 또한 산 자가 삶의 터전에서 시취가 매캐하게 녹아든 무덤 흙냄새를 맡지 않도록 묘지 주변에 야트막한 흙 둔덕이나 석벽을 두르고, 사초(莎草)를 거행하며, 묘소를 그네들 생자의 영역에서 떨어뜨려 놓기 위한 고초를 홍역처럼 거치기 마련이다. 삶의 배면에 바짝 들러붙은 그것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인간은 숱한 언어를 발상했고, 때로는 두려움마저 기어코 우회하여 입에 오르내리고 만다. 그들은 또한 두려움을 존중하는 법을 안다. 일 년을 시간 축 삼아 삶의 텃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그토록 가려둘 수 없던 순간을 쌓아, 더는 우회하여 빗겨나갈 수 없을 만큼 죽음이 생자의 교차로를 범하려 들 때. 그리하여 텅 빈 눈구멍과 채 사토로 융해되지 않고 단지 바스러진 백골을 드러내어 생계니, 일상이니 하는 범속한 개념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비좁은 존재의 층위에 쌓인 불안한 기단인지를 침묵으로 질타할 때. 사람들은 동굴과 움집과 산야를 배회하고 불을 경외하던 시절 선조의 기억으로 회귀하여, 오래된 집단의식을 기어이 꺼내고야 만다. 프란시스 제임스 차일드가 낡은 페이지 묶음을 수립하기로 한 이래로 얼마나 많은 토속 제례가, 그리고 호박을 파낸 등불 불빛이 춤추는 그 주야를 장식했다고 기록되어 왔는가! 방대한 대지 곳곳에 잠든 이도교의 설화로부터, 한편으로는 대기근의 시대에 낡은 이주선에 몸을 실은 섬사람들의 축제로부터, 또한 중세 기독교로부터……그러한 다색의 갈래로부터 비롯된 행사는 오늘날 사망의 얼굴에 제법 재치 있는 장식을 씌우고 단 호박, 감초, 설탕 냄새를 풍기는 축제로 기능한다. 이는 커튼 너머에서, 옷장 뒤편에서, 침대 아래쪽으로부터, 그리고 또한 미주 전역의 수많은 아이에게 야경증의 뿌리를 내린 경첩과 마루의 삐거덕거리는 소리, 빈 나뭇가지 사이를 훑는 구슬픈 바람의 곡성이 키워낸 환상을 덧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스푸키-부기, 주홍빛 하늘을 향해 제 시간을 선포하는 박쥐 떼, 너덜거리는 식탁보로 대신한 유령의 날갯짓, 꽉 찬 사탕 바구니…….


 그러한 행사는 어디까지나 저 정비된 배수로를 따라 단풍나무, 양버즘나무, 박태기나무, 백참나무, 녹나무 따위가 쾌적하게 띄엄띄엄 띄운 거리에 바스락거리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내의 소란에 그칠 뿐이다. 낙엽수 군락이 황혼을 조각조각 본뜬 듯 울긋불긋한 색채의 파편을 매양 바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숲을 낀, 이 외따로 있지만 고독하지 않은 집에서 특별히 이런 날을 부산스럽게 환영하지는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누구의 유감도 개입되어 있지 않다. 그저 이곳 가옥 안에서 생애를 꾸려 나가는 구성원들의 삶의 양태란, 아이들이 순무로 장난을 치고, 제 가장 충실한 친구들과 가장을 마친 채 뛰어다니는 주택가의 한적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 뿐이다.


 그리하여 말일로부터 초하루로 시간이 성큼, 그 서두르지는 않으나 계절을 가로질러 나아가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발걸음을 조용히 옮기는 저녁의 일이다. 석일이 하늘에 거무스름한 금빛 층을 자아내는 때에, 주변의 낙엽수림은 포개어진 잎사귀 봉분을 간질이는 갈바람이 부단히도 연주하는 박자로 완전히 물들곤 한다. 명암의 경계가 불분명한 하늘로 포르르 날아오르는 검은 새들은 어느 하나라고 할 것 없이 어디선가 주워 온 사탕 포장지를 부리에 무느라 여념이 없다. 분명 그 반짝임이, 이 피조물의 주의를 끌었음이 분명하다.


 블랙모어 가의 내부에선 한 남자가 끓어오르는 주전자 물을 한가로이 보고 있다. 그의 옆에는 전통적인 자전거 근무를 고수하는 초로의 배달부가 온 새벽, 가장 먼저 이곳에 들러 앞의 우체통에 고이 말아 넣곤 하는 영어 신문이 펼쳐져 있었는데, 누군가가 십자말풀이를 채우다 만 잉크 흔적이 갱지 위에 선명히 새겨진 뒤다. 남자, 뉴문은 들끓는 증기가 그 격렬한 비명을 멈출 즈음에 물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조만간 현관을 거쳐 돌아올 사람을 위해 끓여둔 물이다. 뉴문은 내뱉는 모든 발화는 여전히 자기 아닌 타자의 사고와 그 문화 습속을 알기 위한 과정이기에, 그가 혼잣말을 내뱉는 때는 좀처럼 없다. 따라서 추상적인 무늬가 피어난 벽지를 향해 고개를 돌린 채, 마치 초저녁잠이라도 까무룩 든 듯이 눈꺼풀을 감은 채 침묵을 지키는 게 지금의 일과라 일컬을 만한 과정이다.


 이윽고 밤새가 울기도 전, 현관의 초인종 벨이 그를 부른다. ‘어떤 방문객이 왔어.’ 그렇게 혼잣말할 필요는 없다. 뉴문은 이 문밖에 서 있을 만한 사람을 호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름을 안다. 부드럽게, 마치 새 부리로 문고리 근처를 작게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끼어들긴 했지만, 그 정도는 무척 사소한 차이일 뿐이라. 보통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제 용건을 말하기 마련이며, 치안이 우수한 이 동네에서 돌연 성난 숨을 삼키며 자신과 이웃을 해하기 위한 총자루를 빼 들고 찾아올 만한 습격자도 없다. 따라서 그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혹 길을 잃고 찾아들지도 모르는 바깥손님과 일차적으로 섣부른 접촉을 두지 않도록 집주인이 단속을 당부해 둔 문고리의 잠금을 풀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주저함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 여기에서, 최초의 탄성이 터진다. 돌아온 집주인과 그 동행을 맞이할 준비를 자연스레 마쳤던 뉴문의 낯에 익숙하지 않은 경계의 빛이 떠오르고, 정해진 절차를 밟듯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상을 다시 훑기까지 그 일순. 오스카와 레노어, 혹은 시간을 망각한 신문 배달부, 그보다 훨씬 더 드문 빈도로 찾아오는 UGN의 전령──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훑기도 전, 뉴문의 전신은 하나의 태세를 취한다. 그건 이 거대한 생명체의 질서에 한 번 편입된 존재가, 순리의 굴레에서 굴러떨어진 이탈적 개념을 보았을 때 취할 만한 반응이다. 눈앞의 남자를 표적 삼아, 그의 정신은 일견 불가사의에 가까운, 그러나 영문을 모를 일은 아닌……두려움과 경계, 본능 수준에서 올라오는 거부감과 더불어, 의구심과 한패를 이루는 희미한 인식에 사로잡힌다. 그 자신과 더불어 주변의 숱한 개체를 규정하는 우주와 어긋남이 없도록. 뉴문의 발치에서 피어오르는 그림자가 이윽고 제 체적을 급격히 팽창해 가며 주변의 공기를 사뭇 위협적으로 달구기까지는 수 초를 헤아릴 것도 없다.


상황을 달리 바꾸어 놓는 건 낯선 남자가 던진 한마디로 충분하다. “이러는 건, 우리의 오스카가 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에게 있어서 ‘얼굴의 윤곽선 하나까지 자신과 모조리 일치하는’ 남자가 부드럽게 웃는다. 이윽고 뉴문의 어깨 근육에서부터 손끝까지, 팽팽하게 일어난 근육은 긴장을 잃는다.


「Then this ebony bird

beguiling my sad fancy into smiling,

Quoth the Raven “Nevermore.”」


오스카 블랙모어 씨가 자택에 당도한 건 그의 신실한 이웃들이 소소한 약탈과 재기발랄한 장난의 최종 단계로, 각 가정으로 돌아가 “케이크를 주지 않으면 심술을 부리겠다!” 따위의 의기양양한 호령을 발하는 악동들의 머리에 쓴 탓을 벗기려 애쓸 즈음의 일이다. 대체로 한 블록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블랙모어 씨의 이웃들은 그를 곧고 담백한 인상의, 말하자면 흑연 같은 성인 남성이자 존경할 만한 양식을 갖춘 문간 옆 시민 중 하나로 대하는 편이다. 그들의 관점이 아주 틀린다곤 볼 수 없으나, 블랙모어 씨에게는 타인에게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종류의 비밀이 몇 가지 더 주렁주렁 달려 있곤 하다. 하나는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밀 친구처럼, 그림자 큰까마귀 한 개체가 항시 그의 어깨를 제 둥지 삼아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그 맥락을 설명하자면 반나절을 꼬박 새워도 모자랄 만큼 구술의 두루마리가 길어질 만한 일인데, 요약하자면 그의 생을 관통하는 가장 깊은 수수께끼가 작용한 총체적 결과로, 블랙모어 씨의 집에 함께 거주하는 청년 뉴문이 어떤 단독자의 소멸에서 탄생한, 이제 갓 세 살배기란 점에 있다. 그들의 존재를 포괄하는 그 광범위한 수수께끼에 관해 몇 가지 위장용 사실을 갖추었대도, 이 사시사철 거듭되는 분장이 완벽하지 않으리란 우려는 블랙모어 씨가 다른 거주자들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숱한 이유 중 하나에 속하기도 한다. 여하튼 오스카 블랙모어는 뉴문과 같은 친구들을 다루는 게 익숙할 만큼, 허구와 공상에 가까운 이질적인 질료를 현실로 주무르고, 파악하고, 그런 관념이 세상에 혼입되어 더 큰 사건을 빚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조금 특별한 인물이다.


인류 문화사상의 특별한 순간, 특히 주술적인 의미를 갖는 나날, 달리 말하자면 도시 전설이 레니게이드라는 새 배양기 안에서 잉태하기 좋은 시기는 그의 직장이 여러모로 주의를 기울이는 날이다. ‘금일 장난은 지부 친구들이 친 게 고작이군요.’ 그 정도로 어깨를 으쓱하며 느긋하게 하루가 넘어가는 참이다. 다이얼, 고전적인 방식으로 돌려서. 막 밤의 장막이 내려앉는 시점에 걸려 온 전화는, 느긋하게 두 사람 몫의 코코아와 한 까마귀를 위한 또 다른 선물을 챙기고 있던 오스카의 발길을 다급하게 돌릴 만한 가치가 있다. “오스카, 오늘 이변이 생겼어요. 집에, 어떤 ‘것’이 왔어요…….” 뉴문은 드물게 더 구체적인 서술을 덧붙이지 않고 오스카의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켰는데, 그 반응으로부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유추해 내는 건 큰 어려움이 없었을 테다. 생사의 경계가 얇디얇은 거미줄 섬유처럼 그 너비가 비좁게 줄어든다는 민속 전승을 오스카가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카트에는 황급히 여러 개의 박스가 던져졌고, [그거겠지?] 하고 다급하게 뿌연 연기 같은 형상이 되어 펄럭거리는 큰까마귀 레노어가 옆에서 깍깍 울어 댔으며, 유령과 박쥐, 호박 머리와 거미줄, 그리고 해골과 묘지로 치장한 하루짜리 축제를 정신없이 즐기는 도시를 지나──오스카가 문간으로 달려오기까지는 원래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 단 십여 분의 시간은 그에게 찌르는 듯한 옆구리 통증과 폐부가 갈라지는 듯한 감각, 그리고 다급한 숨소리를 선사했으니. 할로윈은 기어이 종막을 앞두고 오스카에게 비장의 한 수를 날린 셈이다.


옆에서 친애하는 큰까마귀 친구가 그 실체 없는 부리를 여닫으며 딱, 주의를 돌리려 애썼으나, 해가 이윽고 종적을 감춘 자리에서 한껏 엄숙해 보이는 대지 위로 돋아난 나무들이 창백한 가신처럼 좌우로 도열해, 스산한 삭풍이 스칠 때마다 뭇 땅을 기는 것들이 부스스 녹슨 육신을 터는 듯한 숲길을 지나며 오스카가 어떤 비관을 떠올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본디 인간은 큰일을 하나 거친 뒤에는 더 예민하게 떨리는 성정을 갖추기 마련이니, 이것은 그들의 천성이 유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도리어 잘 학습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유전(流轉)하는 만상이 희극도, 비극도, 그리고 단순히 칠정의 변화로는 기술할 수 없는 그 복잡다단한 변칙을 언제든 맞이할 수 있다는 진리를 학습하고 나면, 자신이 발 디디고 선 하루의 경계선이 얼마나 무른 것인지를 인간은 때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자……심호흡 뒤에, 문이 열린다. 개선과는 다르다!


손님의 정체를 간파하는 건 즉각 이루어진다. 오스카가 무언가를 판별하기도 전, 그를 향해 황급히 튀어나온 하우스메이트는 자신을 덮친 거대한 혼란을 해소하기 전 가장 효과적으로 감내하는 방안을 택한 채다. 즉 금일 블랙모어 가를 찾은 ‘저것’이 뭐냐는 의문을 오스카에게 돌리기로 한 것이다. 진군을 앞둔 군악대의 북처럼 오스카는 자신의 심장을 두들기는 거센 고동을 느낀다. 이 진동은 그의 숨결에서부터 자연히 우러나온 것이리라. 익숙한 현관은 지금 시점부터 낯선 것이 된다. 뻣뻣이 굳은 오스카의 고개가 앞으로 향한다. 그러자, 오! 모든 그림자가 천장과 벽면으로부터 달아나 저 카펫 아래로 숨어버린 것처럼 추방당한, 등불이 환히 켜진 응접실에서, 손님은 이야기 속 악마처럼(그러니까 즉, 기나긴 고락의 여행에 초대하러 온 메피스토펠레스의 의기양양한 자태와 같이)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가을을 타느라 조금 잿빛이 올라온 까마귀 깃처럼 새카만 머리카락과 아래쪽으로 유연히 구부러질 준비가 된 눈매, 이곳 베데스다에서는 수십 년 전보다는 퍽 익숙하게 볼 수 있게 된 동북 아시아계 혈통의 외관을 적나라하게 띤 채로……. 시곗바늘이 오스카의 손목에서 비명을 지르듯 째깍 운다. 그는 손목을 타고 맥동하는 시각의 동요를 느낀다. 때마침 꺼지지 않은 집안의 라디오가 오늘의 선정 곡을 태연히 뱉어낸다. “그러나 슬픔의 예복을 입은 악마의 무리가 군주의 권좌에 밀어닥쳤네(But evil things, it robes of sorrow, Assailed the monarch’s high estate;)…….”


운명의 악질적인 장난처럼, 오스카의 삶에 깊은 못 자국을 남겼으며 지금도 제 실존의 표상을 얼룩처럼 남긴 존재가 그를 맞이한다. “다크문…….” 신음 같은 혼잣말이 오스카의 입가에 흐른다. 친우의 동요를 감지한 레노어가 푸드덕 날아오른다. [약 필요해? 얘기해, 내가 가져올 테니까.] 까마귀의 이 퉁명스러운 말에 오스카는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 그 정도까진 아냐.”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생을 때때로 일그러뜨리는 어떤 악의의 작용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체다. 오늘을 빙자하여, 새로운 사상의 군주가 다스리는 영역에서 새로운 궁이 치솟는 것은 아닌가(In the monarch Thought’s dominion─It stood there)!


“어디 몸이 안 좋은가요, 오스카?” 맙소사, 그것이 입을 연다! 다크문의 형상을 한 남자가 그렇게 물어왔을 때, 오스카는 불현듯 제 입에서 바삐 규격을 갖추어 발성하려던 모든 언어를 깡그리 망각한다. 보라, 그것은 친애하는 자를 향해 염려를 베푸는 평범한 말이다……망집은 찾아볼 수 없고, 배려를 갖춘, 그리고 한때 다크문이었던 자가 오스카에게 건넨 호의의 언사를 떠올리게 하는!


침묵은 다소 길다. 기묘한 대치는 계속된다. 다크문은 웃고, 오스카는 찡그렸다가 표정을 풀며, 레노어는 못마땅해하는 날갯짓을 이따금 해 보이며, 오스카의 등 뒤에 모습을 감춘 뉴문은 그러한 정적의 일원이 된다. 어설프게 닫힌 현관문 틈새에서 밤공기가 울리고, 분침이 제법 길어진 일주를 계속하려는 찰나 비로소 정적이 끊긴다. “그러니까 저건 뭐죠(What is THAT)?” 뉴문의 화법에서 인칭대명사 교정을 논할 때는 지났으니, 그 물음은 순도 높은 질문에 가까운 셈이다. 혹은, 경악이거나.


“다행히 그렇게 나쁜 것 같진 않네요. 당신이 힘겨운 상태라면, 레노어가 이러고 있을 리 없을 테니까.” 제법 존재론적인 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다크문은 오스카에게 지독하리만치 익숙한 방식으로 화답한다. 마치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어떤 무력 충돌도 사상의 제국을 세우려는 시도도 벌이지 않겠다는 듯……이와 같은 판단은 일종의 예감과 같이 오스카의 정신에 깃든다. 잠시 차갑게 굳어졌던 오스카의 손끝에 어느새 온도가 돌아온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속을 추스르려 해 보아도, 오스카의 온 감각은 여전히 경계를 외치지 않는다. 긴 날숨이 소리 없이 길어지고, 다크문은 마치 그 낌새를 눈치챈 사람처럼 이야기한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잖아요?” 조곤조곤한 태도로, 할로윈의 방문자는 마침내 이야기를 이렇게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저거’라고 지칭하는 건 그만두고……다른 이야기를 더 해 보는 게 어떻겠어요?” 때를 같이하여, 라디오는 음조를 달리하여 멜로디를 내뱉는다. “아, 애도를 보내자꾸나. 오지 않을 내일을(Ah, let us mourn, for never morrow)!” 대치 진형이 무너진다. 까마귀가 한숨을 내쉬며 내려앉고, 물끄러미 한 지점을 응시하던 뉴문이 움직인다. 주축에 선 오스카가 느리게, 수락하듯 고개를 끄덕인 뒤다.


「But the Raven, sitting lonely on the placid bust,

spoke only that one word, as if

his soul in that one word he did outpour.」


오스카: 오랜만이군요. 이런 표현이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새벽은 분명 찾아왔고, 검은 달은 잠들었을 텐데요.

저라면, 아니, 저니까 묻겠습니다.

당신이 여기, 왜……그리고 어떻게 다시 나타났는지.


다크문: 글쎄요, 거기 관해서라면…….

당신의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저도 정답은 모릅니다.

그저 하나의 가설만 존재할 뿐이죠. 들어 보겠어요?


오스카: 당신이……이전에 행하려던 업을 다시 이루려는 것만 아니라면.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검은 피를 흩뿌리려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나누는 지금 이걸 대화라고 일컬을 수 있다면.

이상의 전제가 훼손되지 않는 한은, 언제든 들을 수 있을 테죠.


레노어: [오스카, 분명히 말해 두지만.]

[저 녀석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벌이면, 알지?]

[어영부영 있지 않겠다고 약속해!]


오스카: 걱정 마, 네가 염려하는 일은……아마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레노어: [흥, 글쎄. 과연 저 녀석도 저렇게 생각할까?]


뉴문: …….


다크문: 당신이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오스카.


작은 까마귀에게는 하나의 촌극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테니!” 레노어가 추상체로 구성된 깃을 ‘곤두세우는’ 동작을 취한다. 그와 반대로 뉴문은 소강하는 달보다도 더 말이 없다. 다만 그 개안한 눈은 평소보다 사나운 빛이 깃들어 있는데, 유기체 고유의 특수 생육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발생 시점에서 볼 때 아직 유아라고 일컬을 수 있는 그로서는 존재론적 전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이런 실체적 위협을 직면한 일이 최초인 까닭이다. 계명성이 울기까지는 멀었기에, 오스카 블랙모어는 천체가 각자의 방향으로 운동하고 별의 반짝임이 시절을 따라 흐르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않을 이 대화의 종막까지는 아직 멀었음을 안다. 오스카를 필두로 이들 넷은 나란히 자리를 나누어 앉는다. 4인용 식탁! 마치 오늘을 예견한 것처럼 한 변에 하나씩, 혹은 다른 한 쌍의 대변보다 직교하되 그것들보다는 좀 더 길쭉한 긴 모서리에 둘씩 앉아도 좋을 만큼 긴 테이블은 오늘 이 자리를 규율하는 원칙처럼 좌석의 배열이 자연스럽게 불균형하다. 매서운 시선, 소리 없는 질책, 혹은 이쪽을 대적하는 기세. 무릇 이처럼 대립적인 가치 싸움에서는 손을 떼었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리는 다크문의 태도에는 꾸민 듯한 가식성 평온은 보이지 않는다. 불통과 소통, 두 척도를 숨 가쁘게 오가던 오스카의 심상이 이윽고 그 바늘을 한 축에 올려놓고 만다. 어쩌면, 이렇게 될 수 있었더라면……그토록 은연중에 발상하는 소망의 형식을 입은 기대의 무게추가 조금 더 편을 든 방향으로. 검푸른 오스카의 눈과 마주치자, 다크문은 비로소 발화의 자유를 얻은 사람처럼 입을 연다. 그 태도는 무척 정연한 한편, 오늘 밤의 신비를 탐구하는 학자처럼 순수한 탐구 상의 호기심만을 취하는 것처럼 보여, 뉴문으로 하여금 역으로 목덜미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오스카: 듣겠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겠어요? 당신의 가설을 말입니다.


다크문: 어렵지 않죠. 검증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까요.

간단한 이치입니다. 우리의 레니게이드가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는 당신도 익숙할 테죠. 네, 달력을 조금 살폈어요. 어쩌면 시간도.


오스카: 곧 떠오를 달을 보았겠군요.


다크문: 잘 알고 있군요. 곧 삭이 다가오니까, 그 영향일지 모르겠어요.

아직 소멸하지 않은 저의 잔향이 형태를 이룬 건.

레니게이드, 울림, 구체화될 만한 배경, 그리고 다크문을 구성하는 정보의 중추……조건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레노어: [하! 초하룻날이 할로윈 다음날이라!]

[그거 정말 *엄청난 우연*이야, 안 그래?]

[크리스마스로부터 신년까지 일주일도 안 걸리는 것처럼 놀라운데!]


다크문: 그렇네요, 여기에선……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란 의미가 더 강하죠?

생자와 망자의 경계가 엷어지는 만큼, 축제의 준비물은 원래 위령의 의미가 더 강했다고 하니까요.

나의 레노어.

잠시나마 저를 사람으로 봐준 건, 당신밖에 없으니까.

그 곁으로 돌아오는 것도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스카: 그건……. (그는 어찌 반응해도 좋을지 알 수 없다)


다크문: 농담이에요. 가볍게 던진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말아요.


오스카: 좋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지금 ‘살아 돌아오게 됐는지’는 설명이 된 것 같아요. (낮은 한숨, 긴 의미를 내포한)

하지만 제 질문은 하나 더 남았어요. 이제……어떻게 할 겁니까.


다크문: 음, 이것도 확실하진 않네요. (경계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부드럽게 웃으며) 아마 당신도 짐작하다시피, 이 밤이 지나면 저는 다시 없는 존재가 될 테니까요. 오래 있지는 못하겠죠.


한때 상대에게 진정으로 닿을 수 없었기에 오가는 의미가 없었던 공방을 기억하는 셋만이 각자 제 방식대로 쓴웃음을 머금는다. 레노어는 코웃음을 친다. 이 새는 이야기의 결말을 짐작한 듯 음영으로 이루어진 부리를 일부러 여닫는 시늉을 취한다. 코코아의 온기가 식어가고, 융해되지 않은 마시멜로가 봉투 안에 준비되어 있다. 오스카는 밤의 영역으로 진입해 버린 이 대화의 향방을 짐작하느라 잠시 말이 없다. 부드럽게 그늘이 진 그의 미간 사이 이랑에서 고민을 방증하듯 꿈틀거리던 주름은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다크문이 진실된 의미에서 오스카 블랙모어의 좋은 청중이었던 적은, 그러니까 진정 ‘들어준’ 전적이 더 있던가? 상대의 홀가분한 태도는 어쩌면 잠시 뒤에 취할 악덕을 발휘하기 위해 파둔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 악의 꼬리는 길기에, 이를 존속하기 위한 교활한 꾀를 천지만상의 변화처럼 늘 도모하곤 한다. 그러나 기대가 없기에 신뢰의 경중과 성패를 재어 보지 않아도 좋은, 상처 입은 자들이 으레 취하는 체념은 오늘 밤 오스카의 전략이 아니다. 그는 눈앞의 다크문이 보이는 태도를 익히 잘 안다. 선후관계를 따지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사소한 문제를 제하면, 그것은……. 검푸른 홍채는 잠시, 졸지에 무거운 벌칙을 떠안게 된 아이 같은 표정이 언뜻 스쳐 지나가는 뉴문의 안색을 훑은 다음 다시 눈꺼풀 아래로 짤막하게 잠긴다.


다크문: 즐겨야 할 날을 방해한 게 아닌가 싶어서 우려가 들긴 하네요.

음, 좋아요. 불편하다면 이쯤 하고 나가 볼게요.

길진 않을 거예요. 여명이 뜨기도 전, 눈 깜짝할 새 저는 사라져 있을 테니까요.


오스카; 마지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가더라도 어디 갈 곳도 마땅치 않을 테고……. (이 대화는 처음부터 구성 요건 수준에서 이 결말을 자체적으로 도출했을 테다) 여기서 식사라도 하고 가도록 해요.


식탁은 산 자의 것이다. 음용은 싱싱한 육신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이다. 미식, 교류, 이따금 넘치다 못해 우스꽝스러워 보일 만큼 공들여 조형한 언어를 감상에 접붙여 혓바닥을 즐겁게 놀리는 일련의 작업, 우리의 위장에 연결된 신경 세포에 다채로운 고문을 가하는 식문화의 정수를 논한다고 할지라도, 식사의 본질은 시초로, 그런 한편 종내에는 생의 엔진을 돌리는 데에 있으므로! 접시 위 내용물에 나름의 품위를 따라 손을 뻗는 것에 달리 이유가 있단 말인가?


잘게 다진 프리카세 같은 그림자가 블랙모어 가의 부엌에 길게 드리운다. 달이 숨는 밤의 길이를 측량할 자야 이 자리에 없으니, 오스카 블랙모어는 그저 감에 의존해 다가올 이별까지의 간극을 계산할 뿐이다. 만찬은 형식이기에 그는 테이블 위를 채우는 요리가 무엇인지 세어 볼 겨를이 없다. 물론 블랙모어 가의 정찬은 대개 프랑스인처럼 식문화를 음미하는 데에 삶의 많은 가치를 두는 이가 없는 만큼, 초대하지 않는 손님에게 내어놓을 만한 호화로운 메뉴는 없다. 수플레, 라구, 어쩌면 푸아그라나 프리캉도처럼 흰 플란넬 모자를 쓰고 대접해야 하는 요리는 없단 소리다. 생 페레, 혹은 클로드 부조 또한! 이 자리에 술은 없다. 다크문에게 이 밤을 지새울 연료로 불태울 혼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는 한 현명한 처세라고 할 수 있다. 오스카 블랙모어는 단지, 그가 차릴 수 있는 한 충실하게 소박한 요리를 준비했을 것이다. 계란과 호박, 적당량의 설탕, 다진 고기와 향채……들끓기를 멈춘 주전자 대신 증기를 새로 토하기 시작한 냄비에, 오스카가 작은 고뇌 끝에 향신료를 최대한 덜어 내용물을 추렸다는 사실은 가벼운 희언으로 언급할 수 있을 테다.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그리고 타임.’ 여하간 그 구성품보다도 오스카의 성의가 들어간 음식이란 점에서 다크문은 눈웃음을 더해 성심껏 식기를 들었으며, 그 반대 쌍처럼 오스카의 옆 가까이에 앉은 뉴문은 평소보다 경직한 태도를 감추지 않는다. [어휴.] 레노어의 구체적 비난 없는 타박과 더불어, 할로윈의 관념을 잘게 부수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도 평안하지만은 않다. 귀신이 된 기분으로 한껏 날뛰는 꼬마들 또한 실상 죽음을 목도하면 이전처럼 의기양양할 수 없을진대, 하물며 그 손으로 이야기의 종막을 쓴 자와 결말에서 태어난 자라면 더 그렇다.


오직 죽은 자만이 홀로 초연하다. “홀가분해 보이네요, 마치…….” 참지 못하고 오스카가 운을 떼었을 때, 다크문은 마치 그 답을 돌려주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온유하게 대꾸를 흘려보낸다. 우연히 뻗은 자리에 창틀이 있어 두드렸을 뿐인 정원수의 나뭇가지처럼 언제든 넘겨도 좋다는 태도로, 그러나 저 자신만큼은 오스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성실한 태도로. “성불한 사람처럼 말이죠. 예, 이 상태를 뭐라 일컬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지만. 기분이 참 좋네요, 머릿속을 억누르는 집념도 지금은 달리 없습니다. 당신이 이미 결착을 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나의 레노어.” 다크문의 레노어는 될 수 없는 레노어가 후추통 사이를 걸으며 심술을 표하는 사이, 그의 레노어가 답한다. “제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건……‘다크문’으로서는 원치 않는 결말에 가까울 텐데도요. 결국, 제 자신의 바람에 따라 당신을 이런 형태로 조형한 거라면 말입니다.” 이미 한 번, 길게 뿌리를 내린 과거의 업을 직시한 경험이 있던 사람답게 오스카는 기어코 피할 수 있었던 주제를 짚고야 만다. 그는 까마귀 떼가 종종 검은 구름처럼 날아오르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던 과거 그 숲 옆에서 울적함을 삼키던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도리어 그런 만큼 자신의 심성에서 무른 결을 짚어낼 만큼의 도량은 갖추게 되었기에. “오스카, 그건…….” 다크문이 잠시 말을 삼킨다. 다시 섬세하게 단어를 골라내야 할 만큼 섣불리 내뱉진 않았으며, 이 모든 담백한 고해에 후회를 남길 부분도 없으니, 다만 제 끝을 겪은 직후의 오스카가 어떻게 그 시절을 감내하여 지금에 이르렀는지……온전히 자신의 알맹이로 마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하나의 가능성을 헤아린 탓이다. 애석하게도 갈라진 그 모든 가능성을 포괄하는 시공간의 포괄적인 고차원 연속성은 순간을 살아 현재가 되는 3차원의 유기체가 포섭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따라서 단지 분절된 기점으로밖에 그 모든 갈림길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필멸자로서 다크문은 다시 종점에 도달한다. 4차원을 지각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있어 거시 우주의 비밀은 곧잘 운명의 순환성으로 환류를 빚곤 한다. 내리깐, 그리고 웃음을 머금은 눈빛은 결국 다크문에게서 뉴문으로 향한다. 달이 차고 이지러짐과 같이, 삶이 지고 피는 이치로, 그들은──. “이미 당신은 답을 알고 있네요.”


「Take thy beak from out my heart,

and take thy form from off my door!」


과거의 사건에 초대받을 수 없기에 무결해진 뉴문에게 상황은 좀 다른 방식으로 인식한다. 이 새로 핀 달은, 어쩌면 자기가 도달했을지도 모를 최악의 과거를 향해 단호하게 내지른다. 뉴문은 상대를 노려보기로 한다. “나는, 당신(僕) 같은 존재는 되지 않을 거예요.” 남은 음식물의 온기가 식어가고, 서서히 식기를 내려놓을 무렵이다. 이른바 존재론적 전구체로서 다크문은 응당 취해야 할 존중을 보낸다. 일말의 아쉬움을 흘려보내고 나면, 자신에게 남는 건 오직 미래를 향한 격려와 축언이라는 듯이. “그럼요, 분명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오스카가 기억하는 한, 사와야마 미츠히코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어진 태도에 가깝다…….


등장하자마자 해답과 함께 찾아온 이 수수께끼의 끝은 오스카가 이미 예견한 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들은 한 도시가 맞이한 새로운 하루를, 오스카가 근래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의 내용을, 뉴문이 더해진 오스카의 새로운 일과를, 근처에 새로 보금자리를 튼 청설모와 종종 한낮의 볕 자락을 담아 보석처럼 굳어진 나무 수액을 물고 날아가는 까마귀의 일화를, 삶과 영혼과 시공관에 관한 문답을 나눈다. 목이 쉴 만큼 긴 대담 끝에 오스카가 목을 축일 물을 가지러 일어나고, 뉴문이 그 뒤로 따라붙을 때다. “‘실재하지 않고, 형체가 없으며, 사고하지 않고, 감각이 없고, 영혼이 없었으나 물질적인 부분도 없었고. 이 모든 부재로 인해 불멸한 것이며, 무덤은 아직도 나의 집이며, 잠식되는 시간은 친구가 되는 것일 테죠.’” 뒤에 남은 다크문은, 창틀을 가린 커튼이 옆에서 슬쩍 돌출된 스탠드 라이트의 갓 부분에 걸려 구겨진 부분을 발견한다. 엄지와 검지를 모아 살짝 벌린 예각 부분만큼이나 작은 그 공간 사이로 어스름이 깃든다.


“부탁해요.”


그 순간, 오스카와 뉴문은 상대가 발화한 주어를 각기 다르게 지각한다. 하루의 균열이 빚어지는 자리에 새벽이 열린다. 살아 있으라(See the sun)! 그리하여 돌아본 자리에는, 더는 아무것도 없다.